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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첫인상, 곤돌라, 무라노와 부라노

by 알밀 2024. 10. 1.

베니스는 매력적인 운하와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는 최고의 관광지중 하나입니다. 우리 가족이 2022년 여름휴가로 다녀온 베니스의 첫인상, 바포레토, 무라노와 부라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베니스 곤돌라
베니스 곤돌라

베니스의 첫인상

유럽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는 남편의 질문에 나는 주저 없이 베니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2022년 여름휴가는 내 꿈의 도시, 베니스로 결정되었습니다. “물의 도시”하면 떠오르는 이곳은 자동차나 버스가 다니지 않는, 보트와 도보로만 다닐 수 있는 곳입니다. 운하 위를 따라 줄지어 있는 건물들, 곤돌라가 물살을 가르며 떠다니는 모습, 그리고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들이 어떤 도시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베니스를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베니스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예상치 못한 실망감이 밀려왔습니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에 맞춰가느라 가장 덥고 붐비는 성수기와 가게 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의 방역 지침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당시 수상버스 탑승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겹쳐 베니스의 첫인상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베니스 운하를 다니는 수상버스를 바포레토라고 부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베니스 안에서는 차를 탈 수 없습니다. 운하를 따라 바포레토나 곤돌라를 타고 이동하거나 걸어 다녀야 합니다. 우리는 바포레토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바포레토를 타면 운하를 따라 도시 곳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 수상버스는 베네치아 본섬과 주변 섬들을 연결해 주며, 1일, 2일, 또는 3일권 등 다양한 티켓 옵션이 있어 여행 기간에 맞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쾌적한 날씨였다면 더없이 좋았을 수상버스 투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덥고 습한 7월의 베니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냉방시설이 없는 수상버스에 타야 했습니다. 매번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사람들 태우고 나서야 출발하니 그 안에서 있는 것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래서 7월에 베니스를 간다고 얘기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 같습니다. 음식점들도 전부 가격이 비싸고 사람들로 북적였고, 친절한 서비스는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편안하게 베니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성수기를 피해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곤돌라

우리는 수상버스를 타고 대운하를 따라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갔습니다. 대운하는 베니스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도시의 주요 명소들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덥고 답답한 바포레토 안에서 시달렸어도 베니스는 역시 베니스였습니다. 바포레토가 대운하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좌우로 펼쳐진 경이로운 건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은 하나같이 다른 디자인으로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고, 색깔과 형태의 디테일이 어떤 부분도 빠지지 않고 섬세했고 아름다웠습니다. 건물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였습니다. 꼭 주요 건물이 아니어도 평범한 건물들조차 저마다의 특별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탈리아어로 흔들리다는 뜻의 곤돌라는 베니스의 운하를 누비는 전통적인 배를 말합니다. 이 배는 앞부분이 살짝 굽은 모양으로 곤돌리에가 노를 저어 이동합니다. 제가 상상하고 꿈꿔온 베니스 여행의 장면은 낭만적인 모양의 곤돌라가 골목 구석구석을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도 곳곳에서 곤돌라들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운하의 물살을 타고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곤돌라를 탄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도시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베니스에 가서 곤돌라를 타고 시내를 구경하면 모든 것이 완성될 것 같았지만, 너무 더운 날씨에 그늘 한 점 없는 곤돌라에 타고 흔들리며 시내를 누비는 것은 멀미를 하기 딱 좋을 것 같았습니다. 아쉬웠지만 남은 일정을 위해 곤돌라를 과감히 포기해야 했습니다. 

무라노와 부라노

무라노와 부라노 섬은 베니스 본섬에서 페리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베니스와는 또다른 느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이 두 섬은 하루 일정으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어서 인근 여행지로 인기가 많습니다. 큰아들과 저는 무라노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무라노는 세계적으로 유리 공예가 유명한 곳입니다. 13세기부터 유리를 제작해서 지금까지도 전통이 이어져 왔습니다. 섬 곳곳에 공방이 있어, 장인들이 유리를 제작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불꽃 속에서 유리를 불어 형태를 만들고, 섬세한 손길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볼만합니다. 무라노 유리 박물관(Museo del Vetro)에서는 유리 공예의 역사를 알 수 있고,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유리공예 작품은 기념품으로도 좋습니다. 이곳에서 샀던 반짝이는 목걸이는 여름 내내 잘 사용했습니다. 한편, 둘째 아들과 남편은 큰 여객선을 타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족이 다시 모인 곳은 부라노였습니다. 부라노는 무라노와는 또 다른 색깔을 지닌 곳입니다. 이 작은 섬은 풍경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운하를 따라 줄지어 선 집들은 각각 다른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반짝이는 물결과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이 동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부라노가 이러한 독특한 풍경을 갖게 된 데는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옛날 어부들이 안개가 짙어 잘 보이지 않을 때에도 자신의 집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집을 다양한 색으로 칠했다고 합니다. 부라노가 아름답고 특별한 마을이 된 배경에는 이런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배경 덕분에 수많은 여행객이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알록달록한 집들이 보이는 다리 위에서 해 질 녘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영원히 추억할 사진을 남겼습니다. 부라노는 또한 수공예 레이스로도 유명합니다. 수세기에 걸쳐 레이스를 만들어 왔고, 섬 곳곳에서 장인들의 레이스 작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레이스 박물관에 가면 레이스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웅장하던 베니스와는 또 다른 무라노와 부라노에서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통해 더욱 풍성하게 채워진 여행이 되었습니다. 수상버스를 타며 덥고 힘들다며 계속 짜증을 내던 둘째 아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때는 힘들어도 지나면 추억이야. 여행은 가야 해.” 이렇게 우리 가족은 이탈리아 베니스 여행을 또 한 편의 추억으로 만들었습니다.